[역사칼럼] 법의 온기 도외시한 비극의 개혁가, ‘상앙' 편
[역사칼럼] 법의 온기 도외시한 비극의 개혁가, ‘상앙' 편
  • 임나경 소설가/수필가
  • 승인 2020.04.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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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속 인물들의 매력을 찾아서(10)
'상앙'의 초상화 (그림출처 차이니즈위키백과)
'상앙'의 초상화 (그림출처 차이니즈위키백과)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며, ‘프랭클린’은 “너무 온건한 법은 거의 준수되지 않으며, 지나치게 엄격한 법은 거의 시행되지 못 한다”라고 했다. 공동생활의 안전한 유지를 위해 제각각 다른 욕망을 품은 인간을 통제하는 법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오고 있다. 물론 현존하는 법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역사 인물 중 법과 관련된 이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중국 진나라 개혁가인 ‘상앙’이다. 전국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진나라 통일을 위한 가장 큰 초석을 다진 인물이지만 많은 억압정치를 행한 이들처럼 자승자박의 운명을 걸어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상앙은 전국시대 위나라 왕의 서자로 태어났다. 그의 출생 연대가 불확실하여 기원전 396년 혹은 기원전 390년이라고도 하나, 기원전 395년에 태어났다고 추정한다. 주나라 왕족과 위나라 공족의 후예인 그의 성은 ‘희’, 씨는 ‘공손’, 이름은 ‘앙’으로 ‘공손앙’ 혹은 위나라 공족 출신이였기에 ‘위앙’이라 불렸는데, 진나라에서 등용된 뒤 봉토로 ‘상(商)나라’를 받으면서 상앙이라고 불리게 된다.

어릴 적부터 총명한 그는 독서를 즐겼는데 특히 강력한 법령으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가 사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향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그는 위나라 재상 ‘공숙좌’의 가신으로 있었다. 상앙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공숙좌는 그를 위나라 ‘혜왕’에게 천거했으나 관리로 중용되지 못한다. 숨을 거두기 전 공숙좌는 혜왕에게 상앙을 인재로 쓰지 못할 바에는 위나라를 위해 그를 죽이라고 하고, 상앙에게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으니 고향을 떠나라고 설득한다. 명석한 상앙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한 왕이 죽일 리 없다 하며 웃어버린다. 그의 예견대로 혜왕은 상앙에게 처형은 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드라마 '미월전' 속의 상앙
중국드라마 '미월전' 속의 상앙

전국시대 인재들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듯 상앙 또한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아 나선다. 진나라에서 막 즉위한 ‘효공’이 당시 변두리 약국이던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초현령을 내려 인재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상앙은 그 소식을 듣고 진나라로 향한다. 똑똑한 인물이기는 하나 의외로 효공은 그와의 네 번을 만나고 나서야 자신의 곁에 두기로 결정한다. 효공의 인물됨을 떠보기 위한 주도면밀한 상앙의 의도 때문인지 모르나, 두 번째 만남까지 지루함을 느낀 효공은 그를 천거한 ‘경감’에게 화를 냈다고 전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 상앙은 왕이 솔깃할 주제를 이야기함으로서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곧 좌서장으로서 내정개혁 전권을 일임 받는다.

엄한 법치와 농업을 중심으로 한 그의 개혁은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이루게 되나, 특권을 누리던 세력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개혁을 위한 민심의 호응을 얻기 위해 상앙은 묘수를 생각해낸다. 뜬금없이 그는 진나라 도읍의 남문에 나무 기둥을 세워 북문으로 옮기는 이에게 금 열 냥을 준다고 공표한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금 오십 냥으로 올려 다시 말한다. 모두들 어이없어 하는 와중에 어떤 이가 나무기둥을 북문으로 옮기자 상앙은 바로 상금을 주었고, 백성들의 법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는 전환점이 된다.

법을 준수함에 차별이 없어야 함을 주장한 상앙은 태자 ‘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왕족을 숨겨 주자, 태자 또한 공평하게 법에 의해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 왕위를 계승할 태자였기에 태자의 보좌진인 장공자 ‘건’이 코를 베는 비형을 받고, 태자의 사부인 ‘공손고’는 묵형에 처해진다. 이 일은 준법의 근엄함을 보여주는 모범이 되었으나, 후일 비극을 부르는 불씨가 된다.

자신이 만든 거열형에 처해지는 중국드라마 '미월전' 속의 상앙
자신이 만든 거열형에 처해지는 중국드라마 '미월전' 속의 상앙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이십 년 간 시행된 상앙의 개혁은 진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그 국력을 자랑하게 만든다. 이를 본 다른 나라들도 앞다투어 법가의 전문가를 등용하여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는 풍조를 만들어낸다. 강국이 된 진나라의 주인에게 상앙은 위나라를 칠 것을 제안한다. 직접 장군이 된 상앙은 거짓 화의로 공자 ‘앙’을 불러내어 사로잡아 버리고 위나라 군대를 무찌른다. 위나라 땅을 떼어주며 화친한 위 혜왕은 상앙을 죽이라는 공숙좌의 유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이 전쟁으로 상앙은 상국의 열후로 봉해져 ‘상앙’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달이 차면 기우 듯, 상앙의 탄탄대로는 계속 이어지지 못한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아끼던 효공이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병사하자, 태자 ‘사’가 ‘효혜왕’으로 즉위한다. 태자 시절 상앙의 융통성 없는 준법 정책으로 인해 굴욕을 당한 효혜왕은 다른 귀족 세력과 함께 상앙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반란을 꾀했다는 누명을 쓴 상앙은 위나라로 도망가기 위해 변방으로 향한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새벽에 첫 닭이 울 때까지 관문을 열 수 없는 법으로 인해 국경을 넘을 수 없었고, 함곡관에 머물려고 했으나 여행증이 없으면 여관에 머물 수 없다는 법으로 인해 여관에서 쫓겨나고 만다. 작법자폐, 자신이 만든 법으로 자신을 죽이는 꼴이 되고만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위나라로 간 상앙은 위나라와의 전쟁 때 공자 ‘앙’을 속이고 그들의 영토를 빼앗은 전력으로 위나라 사람들에게 붙들려 진나라로 보내지고, 자신이 만든 거열형에 의해 비참하게 죽고 만다. 그의 사후, 그의 가족들 또한 그가 만든 연좌제에 의해 몰살당한다. 삭막한 법의 그물 안에서 이십 년을 산 진나라 백성들은 상앙이 죽자 무척 기뻐했다고 전한다.

상앙을 등용하여 개혁한 진의 '효공' (사진출처 나무위키)
상앙을 등용하여 개혁한 진의 '효공' (사진출처 나무위키)

모순적이게도 상앙이 만든 강력하고 엄한 법은 그의 사후에도 계속 이어져 진나라의 중앙집권화를 이루고, 백년 뒤 진시황이 혼란한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 그가 만든 법률 중 연좌제는 당, 명, 청으로 이어져 조선과 일본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법에도 인정이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사회적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지만, 그 법의 냉기로 숨통을 죄이는 무정한 모습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온기를 보여줄 때 법의 근엄함은 더욱 찬란히 빛난다. 상앙은 인간의 덕을 잃어버린 법의 냉철한 잣대만을 바라보았기에 자신이 만든 칼에 스스로를 찌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많은 법을 만들어도 악행은 멈추지 않는다. 도리어 법을 피해 합법을 위장한 위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을 위해 생겨난 법의 필연성을 망각한 비정한 상앙의 인생을 바라보며, 규제의 형식이 아닌 인간의 행복을 위해 법이 그 의무를 다하길 기대하는 미래를 희망해본다.

[임 나 경 (林 娜 慶)]
소설가, 각본가.

<출간작>
곡마’, 황금소나무, 2016
대동여지도 : 고산자의 꿈’, 황금소나무, 2016
'사임당 신인선 : 내실이 숨긴 이야기’, 황금소나무, 2017
: 숨겨진 진실’, 황금소나무, 2017 (예스24 국내 젊은 작가들의 주목할 만한 소설 선정)
'진령군 : 망국의 요화’, 도서출판 밥북, 2017 (24회부산국제영화제 2019아시아필름마켓북투필름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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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방문객(The Visitor), 2017. 8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초청작
미라클(The Miracl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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