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의 연주
사자(死者)의 연주
  • 안기영 시니어기자
  • 승인 2020.05.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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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영화, Good & Bye (2008년개봉), 감독 타키타 요지로, 주연 모토키 마사히로

 멀면 멀어진다. out of sight out of mind. 그래서 가까워진 죽음은 두렵다. 그 앞에 서면 '작아진다'. 코로나가 4개월째 전 세계를 유린하고 있다. 불행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했다. 185개국 발병, 500만명 확진, 32만명을 넘는 사망자.

미국, 코로나로 처리한계를 넘어서 밀려드는 관

넘쳐나는 시신처리를 위해 뉴욕 인근의 섬에서 집단으로 매장하는 장면이 TV중계되어 보는 이들이 전율을 금치 못했다.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 중 하나, 사람에게 장례식이 있다는 것이라고 어느 인류학자는 말한다. 사자에 대한 생자의 마지막 인사가 장례다.

첼리스트 다이고는 실직한 후 구직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염습사가 된다. 물론 그도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지 않고 살아왔다. 사자의 몸이 그의 악기가 될 줄이야. 

귀신의 영역으로 넘어 간 사자 死者가 대적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끌고 가려 한다면 겁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생전에 그와 악연이라도 있었다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누구나 장의사, 염습사 일이란 선뜻 내켜지지는 않을터.

인간의 심장 박동수에 가까운 진동수로 연주하는 악기가 첼로다. 그래서 첼로 연주는 어느 악기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주요한 변곡점마다 첼로가 등장하는 것은 잘 계산된 구도. 샤롯 무어먼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첼로악기로 연주하게 하는 백남준의 작품이 연상된다.

주검이 되어버린 상대와 다시 인사를 나눌 수 없을 때 생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랜만에 꺼낸 어린 시절의 첼로 케이스에 까마득한 옛날에 아버지가 넣어 둔 돌맹이, 그리고 아버지가 죽기까지 움켜진 손안의 돌맹이의 발견. 

영화는 "느린 인사법"을 제시한다. 돌맹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못다한 마음의 느린 인사. 옛날 글이 없던 시기, 전하지 못하는 마음은 돌맹이로 의사표시했다. 스피디한 전달을 장기로 하는 현대인의 소통방식을 돌이켜 보게 한다. 

 돌아 와 육신을 버리는 연어처럼 죽음을 하나의 일본적 통과의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같은 동양권이라는 점에서 이질감은 적다

돌아오는 연어를 바라보는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

침통함 속에 진지하고 정중한 염습의 과정은 무겁기만 하다. 생자 앞에 사자가 생전 최고의 모습으로 다시 대면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이 생전에 나누지 못한 감정과 인정하기 힘들었던 관계의 불편했던 감정이 씻겨 내려간다. 늦었지만 그들간에 마지막 화해가 이루어진다.

일을 마친 염습사에게 그제서야 고마움을 표시하는 상갓집 주인의 인사가 훈훈하다.

염습후 나오는 다이고 일행을 따라 나오며 부르는 주인 

만장을 앞세우고 상여가 나가는 모습들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염습의 모든 동작들이 일본 특유의 절도있는 형식으로 구사되는 부분이 정중함을 넘어서 은연중에 불편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염습은 사자를 위한 생자들의 마지막 인사이다. 생자에게는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예행인사이다. 또 그것은 바쁘게 살아 온 생자에 보내는 사자의 느린 연주에 다름아니다

내가 속한 동창회칙의 부조 규정에는 본인 사망시 부조금 액수가 가장 많다. 한 친구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제안을 했다. "내 생전에 부조를 해라. 살아서 맛있는 거 먹고, 다 쓰고 가련다. 죽은 뒤에 주면 무슨 소용있나? "

아버지가 남긴 짐, 가방 1, 박스 1 개뿐

그 말에 친구들이 한 마디씩 했다.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데 오래 살자", "그 돈은 네것이 아니여, 남은 친구들끼리 한 잔하라는 돈이여" 등등. 그 제안은 그렇게 일단락지었다. 그 친구에게  "Good & Bye" 를 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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