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칼럼] 잔혹과 비정함으로 외로운 여정 선택한 명장, ‘오기' 편
[역사칼럼] 잔혹과 비정함으로 외로운 여정 선택한 명장, ‘오기' 편
  • 임나경 소설가/수필가
  • 승인 2020.01.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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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속 인물들의 매력을 찾아서(7)
​'오기' 장군 초상화 (그림출처 다음백과)​
​'오기' 장군 초상화 (그림출처 다음백과)​

리더로서의 자질로 어떤 장애도 극복하는 강인한 의지, 남다른 직관력과 지혜, 유연한 사고를 손꼽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인관계능력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뛰어나도 각박한 인성과 이기적인 이라면 그와 함께 성공적인 여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상대를 위한 배려심이야말로 리더로서의 최고 자질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리더들 또한 그러한 자질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긍정 혹은 부정의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많긴 하나, 도덕적인 결격 사유로 부정의 낙인이 찍혀지는 인물들이 있는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오기’ 장군이 그 중 하나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거나 혹은 지기 싫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이를 보고 ‘오기를 부린다’고 하는데, 그 오기란 말의 어원이 된 사람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도 애독하셨던 《오자병법》의 저자이기도 하다(명량해전에 임하시기 전 공께서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아날 수 있고 요행히 살려고만 하면 죽게 된다”는 말씀은 《오자병법》의 6장인 <여사>편에 나오는 말을 참고하셨다고 전한다).

오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 중국 전국시대의 병법가, 장군, 정치가로서 활동하였다. 위(衛)나라 출신으로 천금의 재산을 소유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지기 싫어하고 끝장을 보는 지독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동네 아이들과 싸움이 나면 아무리 얻어맞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쫓아가 싸우자고 계속 대들어 결국 상대가 굴복해야 싸움을 끝낼 정도로 끈질겼다고 한다. 포기를 모르는 근성과 함께 출세욕과 공명심이 남달랐던 그는 벼슬을 구하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 속이 상할 대로 상한 부친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자신을 비웃는 이들에게 화가 난 오기는 홧김에 서른 명을 죽이고 살인자로 쫓기는 신세가 되어 고향을 떠나게 된다. 떠나기 전 그는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팔을 깨물며 한 나라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다. 홀어머니를 안심시키려는 아들의 강인한 의지일수도 있겠으나 후일 그의 족적을 보면 이 맹세는 출세를 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출세를 위해 고심하던 그는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문하생으로 들어간다. 열심히 학문을 닦는 오기는 증자는 물론 제나라 대부의 눈에까지 들어 그의 사위가 된다. 그러나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가 돌아가셔도 한 나라의 재상이 되기 전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장례조차 치르지 않은 제자를 보고 증자는 불효막심한 자라 괘씸히 여겨 문하생으로 더 이상 두지 않는다. 학문으로 출세길이 막힌 오기는 무예를 익혀 공자의 고국인 노나라로 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대부가 되어 이곳에서 대성할 첫 기회를 마주한다. 제나라의 공격으로 노나라 ‘목공’은 오기를 대장군으로 명하려 했으나, 그의 아내가 제나라 대부의 딸이라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남다른 출세욕의 소유자인 오기는 하나뿐인 아내의 목을 베어 충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목공은 물론이고 신하들 또한 그 잔혹한 비정함에 몸서리쳐서인지 아니면 감동해서인지 결국 그를 대장군으로 명한다. 힘들게 기회를 잡은 오기는 뛰어난 용병술로 제나라 군을 물리치고 개선장군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비열하고 다겁한 노나라 관리들은 출세를 위해 아내를 죽인 오기의 잔인한 인성을 들먹이며 위나라와의 껄끄러운 외교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왕을 충동질하여 결국 혁혁한 공을 세운 오기를 쫓아내버린다.

​부하의 고름을 직접 빨아주는 오기 장군 (그림출처 한국경제신문)​
​부하의 고름을 직접 빨아주는 오기 장군 (그림출처 한국경제신문)​

토사구팽당한 오기는 좌절하지 않고 능력을 우선시하는 위(魏)나라(오기의 고국인 위(衛)나라는 소국이나 그가 찾아간 위(魏)나라는 전국 7웅 중 하나)의 장군이 되어 27년간 최선을 다한다. 새 보금자리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었던지, 오기는 병사들의 완전한 충성을 얻기 위해 그들과 같은 옷, 같은 식사, 같은 잠자리를 함께 하며 생활하였다고 한다. 한번은 심한 등창으로 고생하는 병사의 피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주며 감동을 주어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될 만큼 널리 알려진다. 꽤나 아름다운 미담이나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행동은 위나라 장군으로서의 공고한 위치를 위한 치밀히 계산된 전략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어릴 적 그의 독한 심성과 아내를 살인한 잔혹성을 볼 때 이 연저지인 일화는 순수한 동료애에서 나온 행동이라고는 보기가 힘들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기는 76전 64승이라는 대승을 거두어 사방으로 1천 리의 영토를 위나라에게 안겨 준다. 하지만 이 행복한 단꿈도 잠시 그를 총애한 ‘위문후’가 죽고 ‘위무후’가 등극하자 위나라에서의 오기의 위치는 흔들리게 된다. 자신보다 무능력한 이들을 재상에 임명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충심을 의심하는 군주의 옹졸한 모습에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지 오기는 근 삼십 년 가까이 모든 것을 바친 위나라를 뒤로하고 초나라로 망명한다. 그가 없는 위나라는 그 뒤 진나라에 패하여 20년이 지나지 않아 서하 지구 전부를 빼앗기게 될 정도로 국력이 기울어진다.

오기를 중용한 '위문후' 동상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오기를 중용한 '위문후' 동상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환갑이 넘은 오기의 명성을 알고 있던 초나라 ‘도왕’은 그를 상국에 임명한다. 드디어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을 이루게 되었으나 그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지 않았다하니 최고의 박정한 인사라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재상이 된 그는 국정을 관장하며 왕족과 귀족에게 과다하게 부여된 국록을 삭감하는 개혁정치를 펼쳐 군대를 부강하게 하고, 강국이 된 초나라는 사방으로 그 위세를 떨치게 된다. 그러나 그를 신임하던 도왕이 서거하자, 그의 개혁정치에 불만을 가지던 귀족들은 정변을 일으켜 오기를 죽이려한다. 마지막까지 오기는 치밀한 전략가였다. 죽기 전 도왕의 주검 위에 몸을 던진 그는 귀족들의 화살받이가 된다. 오기와 함께 도왕의 주검에도 수많은 귀족들의 화살이 꽂히게 되는데, 이 일로 도왕의 아들이 등극 뒤, 선왕의 시체에 활을 손 모든 이들은 멸문지화를 당했는데, 자그마치 70여 가문이나 되었다고 한다.

63년이란 세월 동안 정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던 오기의 말년은 비참하기 그지없으나, 죽어서도 적을 섬멸한 그 끈질긴 의지에 혀를 내두른다. ‘태사공’은 “오기는 무후에게 형세가 임금의 덕행만 못하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잔혹하며 인정이 적었으므로 그의 목숨을 잃었으니 슬프구나”라고 통탄하였다.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할지라도 덕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삶임을 오기의 여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오자병법을 남긴 '오기' 동상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오자병법을 남긴 '오기' 동상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손자병법>과 더불어 대표적인 병법서인 <오자병법>을 쓴 뛰어난 인물이었고 ‘손자’와 함께 손오라는 존칭을 받고 있는 오기의 악행이 봉건 귀족들에 의해 조작되고 부풀려졌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데, <한비자>와 <여씨춘추>와 같은 문헌에서는 그를 탐욕이 없는 이로 묘사한다. 오기의 삶의 조작과 왜곡 여부를 떠나 그의 이야기는 후대에게 부귀영화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직설적으로 가르쳐준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함께 하는 오기. 타고난 명민함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성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까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련한 인물이다. 그의 무정한 잔혹성이 눈살이 찌푸려지나, 한편으로 가슴 아린 연민이 생겨나는 것은 필자 또한 탐욕에 흔들리는 나약함을 지닌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일 년이 시작되었다. 많은 고난과 행복한 선물이 함께 주어질 시간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 지금이다. 개인의 이기심을 위해 외로운 행로를 선택한 오기의 삶을 바라보며, 어떤 부귀영화도 가족과 벗들이 내 곁에 함께 할 때 더 가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치면서 마음과 몸을 움츠리게 하는 이 겨울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임 나 경 (林 娜 慶)
소설가, 각본가.

<출간작>
'곡마’, 황금소나무, 2016
'대동여지도 : 고산자의 꿈’, 황금소나무, 2016
'사임당 신인선 : 내실이 숨긴 이야기’, 황금소나무, 2017
'댐 : 숨겨진 진실’, 황금소나무, 2017 (예스24 국내 젊은 작가들의 주목할 만한 소설 선정)
'진령군 : 망국의 요화’, 도서출판 밥북, 2017 (24회부산국제영화제 2019아시아필름마켓북투필름 선정작)


<시나리오>
방문객(The Visitor), 2017. 8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초청작
미라클(The Miracl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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