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스케치
죽음 스케치
  • 안기영 시니어기자
  • 승인 2019.12.06 19: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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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채 전 서울대 의대교수에 던진 4가지 질문

갑자기 떨어진 영하의 온도에도 서울자유시민대학 은평학습장, 정현채 교수의 강연에는 항상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그의 차분한 강의에 청중은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빠져든다. 12월 5일 그의 5회차 10시간째 마지막 강의 후, 다시 한 번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

Q1. 죽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요?
우리나라 사람은 평소에 죽음에 관해 완전히 방치된 상태로 있다가 본인이나 가족이 죽음이 닥치면 벌렁 나자빠지는 경우가 많지요. 죽음을 '똥'으로 볼 것인가 또는 '된장'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요. 저의 오랜 임상 경험으로 볼 때 말기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가도 임종 직전과 직후에는 얼굴 표정이 평화로운 것을 보면 죽음은 '똥'보다는 '된장'일 가능성이 더 많아 보입니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의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그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어요. 공동묘지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각각 노트북을 떨어뜨렸는데, 묘지 안의 사람이 밖에 있는 사람보다 40%나 더 많이 도와줬다는 겁니다. 묘지를 산책하면 배려심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사는게 힘들게 느껴진다면 공동묘지를 걸어보세요. 그러면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 자신과 남에 대한 해악을 최소화하는 생각과 자세를 갖게 됩니다'.  건축가 승효상의 '우리는 묘지가 일상 가까이에 없어서 도시가 경건하지 못하다'라는 생각과 같은 맥락입니다

월스트리트 도심지 한가운데 공동묘지

Q2. 죽음, 그 후는 과연 어떤 세상인가요?

심폐소생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심장과 호흡이 멎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 생겼고,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이 죽어 있던 동안 경험한 '근사체험' 혹은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를 보고하기 시작했어요. 죽음도 서서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봉사, 코끼리 다리 만지기라는 표현이 있지요. 그렇지만 여러 명의 봉사들이 함께 만지고 느낀 것을 주고 받고 소통한다면 점점 실체에 가깝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모르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는데, 만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을 볼 수 있다면, 새로운 것들과 어떻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제까지 전혀 몰랐던 다른 차원을 이해하려면, 알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이 우리를 가장 가슴 뛰게 만든다는 것이.

2011년 서거 100주년을 맞았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말을 옮기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돌아온다. 이러한 확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의 안락함이 아니다. 완성과 순수함에대한 열정, 여러 환생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그 열정이 중요한 것이다'

Q3. 자살을 하면 왜 안되는가요?

강의 시작부터 일관되게 얘기해 온 말이 있습니다.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문으로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입니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기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해서 고통스러운 문제가 끝나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은 능력과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Q4. 자살율 1위의 한국, 이 시대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먼저 자살 보도의 기사분량을 줄여야 합니다. 자살 보도의 분량이 증가할수록 모방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헤드라인에 '자살'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살 방법은 절대로 보도하면 안 되고 누가 사망했다는 사실만 보도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얘기합니다.

'한국 생명의 전화'자료에서는 자살 유가족이 겪는 감정의 흐름을 1단계-충격,무능력,버려진 느낌의 감정, 2단계- 나도 싫고 세상도 싫다는 분노,죄책감,수치심의 단계, 3 단계-대인관계 단절,우울증, 자살충동(일반인의 80~30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자살은 자신을 사랑해 준 많은 영혼들까지 함께 죽이는 살인 행위입니다.

 그가 보여준 많은 슬라이드중 인상에 남은 두장을 올린다. 'AI 로봇시대가 되었다지만 아직 구두끈을 매어줄 수 있는 로봇은 없어요. 자기 손으로 구두끈을 맬 수만 있어도 우리는 아직 로봇보다 소중한 사람' 이라고 싱긋 웃는다. 

죽음 관련한 영화, 서적, 기사, 연구자료의 풍부한 인용에 시간이 언제 지났나 싶다. 정교수는 기자가 사진 대신 내민 스케치에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사인을 남기고 강의실을 들어 올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강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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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선 2019-12-06 21:40:13
죽음은 피할수 없음으로 삶을 최대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