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미인도
21세기 신미인도
  • 안기영 시니어기자
  • 승인 2019.09.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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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동연 개인전, 갤러리H, 2019.8.28~9.3

사실은 인사동 골목 어딘가 퀸 월드투어 전시전이 있다기에 가던 길이였다. 골목길 입구에 있는 작은 갤러리의 쇼윈도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발길을 갤러리 안쪽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21세기 신미인도,이동연,2019
21세기 신미인도 65*125cm,이동연,2019

이동연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여 이 시대 여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가급적 250년전 신윤복이 그려낸 미인도의 틀은 살리면서 "21세기 신미인도"로.  

밤의 산책, 이정연
밤의 산책, 이동연

여인네들은 달이 휘영청 밝은 밤, 마을 앞 냇가로 나가 소원등을 흘려 보낸다. 이 시대의 여인들도 청계천으로 나간다. 스마트폰에, 커피 텀블러를 들고, 노트북을 열고 마음을 정리한 파일을 찾는다. 드론도 띄운다.  운동화에 맨발도 있다. 은근히 섹시한 분위기 추가다. 이 쯤되면 숨은 그림 찾기의 재미가 있다.

만월,이동연
만월,이동연

나의 상상은 먼 기억의 숲으로 빠르게 미끄러지는 듯하다가 멍하니 멈추어 서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어슬렁 어슬렁 배회한다. 그것은 온갖 모순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오히려 조화롭다, 몽상 속 심리가 만들어 낸 미인의 허상은 오히려 진실한 심상의 Mask인 것도 같다. (작가의 작업노트)

나는 지금도 .....심리의 내밀한 기억을 더듬어 청춘의 불확실한 이미지를 "미인도" 라는 틀에 가두고  현실과 소망, 가상과 실재, 현재와 과거,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노트)

소나무, 이동연, 2019
소나무, 이동연, 2019

아래 위층의 자그마한 전시공간은 현대회화의 강렬하고 두툼한 유화페인트의 질감에서 멀찌감치 벗어났다. 엷고 살며시 이어간 윤곽선과, 뜨거웠던 한 때의 열기를 식히려함인지 밤 데이트에 나선 "월하정인" 을 보는 차분함 속에서 보일듯 말듯 내비치는 속살의 핑크빛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은은히 내뿜고 있다. 

비록 신윤복을 따라 여기까지 왔지만 이동연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신윤복에게 작은 가능성의 의혹을 품어 본다. 그가 혹시 여류화가는 아니였을까?

이 갤러리를 나서면 이 감성에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접하기는 포기다. 다음 날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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