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 속 인물들의 매력을 찾아서(1)
십팔사략 속 인물들의 매력을 찾아서(1)
  • 임영근 기자
  • 승인 2019.07.31 2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수의 화신으로 스스로를 소진시킨 정열의 사나이, ‘오자서' 편 (1)
뜨거운 복수의 삶을 살았던 '오자서'의 조각상(사진출처 다음백과)
뜨거운 복수의 삶을 살았던 '오자서'의 조각상(사진출처 다음백과)

‘복수는 나의 힘’이란 말이 있다. 듣기만 해도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 속 극렬한 감정을 절로 솟구치게 하는 감정의 단어이다. 현재 사적인 복수는 법률로서 금하고 있으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에서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사랑받는 소재이다.

<십팔사략> 속 인물들 중 특히 ‘오자서’와 ‘손빈’은 오랜 시간을 참고 이룩한 복수를 통해 무한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오자서는 억울하게 모함을 받고 죽은 아버지와 형을 위해, 손빈은 자신을 질투한 치졸하고 동기로 인해 망가진 삶을 보상받기 위해 십년을 훌쩍 뛰어넘는 기나긴 세월을 인내하며 철저한 보복을 준비했다.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오자서’는 중국 춘추 시대의 인물로 ‘자서’는 그의 자이며 원래 이름은 ‘운’이라고 한다. 그의 집안은 6대째 초나라에 충성을 바친 명문가로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의 아버지 ‘오사’는 초나라 태자인 ‘건’의 스승인 태부였다.

앞날이 창창한 명문가의 자제였던 오자서의 복수의 삶은 한 여인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평소 태자와 친한 태부에게 불만이 많았던 ‘비무기’는 태자비가 될 진나라 공주를 보고는 졸렬한 방법으로 초나라 평왕을 꼬드겨 후궁이 되게 한다. 비무기는 곧 왕이 될 태자 ‘건’에 의해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평왕에게 태자를 모함하여 변경의 태수로 태자가 떠나도록 종용한다. 끊임없이 태자를 반란의 모의자로 몰아세우는 비무기를 보다 못한 오사는 태자를 적극 변호하지만 이를 괘씸히 여긴 어리석은 평왕은 태자를 죽이라 명하고 그를 위했던 스승 오사를 옥에 가두어버린다. 평소 오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비무기는 오랜 명문가인 오씨 가문을 멸하기 위해 오사의 두 아들 ‘오상’과 오자서를 죽이라고 왕을 충동질하지만, 장남 오상만이 부친과 함께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차남 오자서는 복수하라는 형의 유언을 가슴에 품은 채 초나라를 떠난다.

월왕 구천의 청동검(사진출처 다음백과)
월왕 구천의 청동검(사진출처 다음백과)

갖은 고생 끝에 오자서는 송나라로 도망간 태자 건과 그 아들 ‘승’을 데리고 정나라로 피신하지만, 타지 생활로 심신이 나약해진 태자는 오자서의 충고를 무시하고 함께 정나라를 멸망시키자는 진나라의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결국 정나라에서 자신을 배신하려한 건의 모든 계획이 탄로나 태자는 죽임을 당하고 만다. 오자서는 복수를 위해 태자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이 없었다. 건의 유일한 혈육인 승을 데리고 오나라로 떠나지만 그 여행길은 고행의 여정이었고 그 고난의 시간 동안 그의 머리는 하얗게 다 세었다고 한다. 수배범인 오자서는 ‘소관’이라는 관문에서 군사에게 쫓겨 태자 건의 아들인 승과 헤어지게 되고,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 장강에서 한 어부의 도움으로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거지꼴로 동냥질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오자서는 드디어 오나라에 도착한다. 후일 ‘오왕 합려’인 왕족 ‘광’의 야망을 이내 눈치 채고는 그의 왕위 옹립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오왕 합려 등극의 일등 공신으로 재상이 된 오자서는 최고의 병법가인 ‘손무’와 함께 합려가 ‘춘추 오패’ 중 하나로 손꼽히도록 오나라의 힘을 키워나간다. 복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오자서는 드디어 초나라를 공격하여 수도를 함락하지만 이미 원수인 평왕과 비무기는 죽고 어린 아들인 ‘소왕’ 조차 도망친 뒤였다. 이십년 가까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수없이 가라앉히며 힘든 나날이 떠올랐는지 아니면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는지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신을 쇠로 된 채찍으로 삼백 대를 휘갈겨 산산조각을 내고 만다. 이 일을 보고 그의 지기이자 오나라 충신인 ‘신포서’는 맹렬히 그를 비판하였다고 전한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 복수의 칼을 갈았으나 부모 형제를 억울하게 죽인 원수를 직접 손으로 베지 못한 원통함은 하늘에 닿을 정도라고 짐작된다. 하나 평왕의 썩어 문드러진 시신까지 꺼내 갈기갈기 찢어발긴 증오에 가득한 행동은 아직도 도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오자서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오상사의 청당 (사진출처 다음백과)
오자서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오상사의 청당 (사진출처 다음백과)

오자서의 불행한 말로는 월나라 전쟁에서의 합려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합려 다음으로 등극한 ‘부차’는 집권 초기에는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월의 ‘구천’을 크게 물리치며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어냈다. 하나 후일 화근이 될 수 있으니 죽이라는 오자서의 충언을 무시하고 구천을 살려주었고, 구천에게 뇌물을 받은 태재 ‘백비’의 간언에만 귀를 기울여 국력만 낭비하는 전쟁을 계속 일으켜 멸망의 길로 더욱 다가선다.

부차의 창(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부차의 창(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부차의 일에 늘 반대하며 융통성 없이 충언을 하던 오자서는 제나라 사신으로 갈 때 동행한 자신의 아들을 제나라에 맡기고 혼자 귀국한 일로 모함을 받게 된다. 결국 오자서를 눈의 가시로 여기던 부차는 촉루검을 내리며 자결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죽는 순간에도 오자서는 그 정열적인 품성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는데, 자신의 무덤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만들 때 목재로 쓰고 자신의 눈을 뽑아 동문에 걸어 두어 월나라의 공격에 오나라가 멸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한이 서린 유언을 남긴다.

이에 부차는 격노하여 평생을 오나라를 위해 충성한 그의 시신을 말가죽 자루에 담아 강에 던져 버리라고 한다. 오자서의 예언대로 결국 월의 구천은 오나라에 쳐들어왔고 점령하였고, 부차는 그의 충언을 저버린 것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혈육을 위해 복수를 해야 했던 오자서의 삶은 고단하고 처절하기 그지없다. 매 순간 좌절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유혹에 수도 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하나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않고, 오욕의 세월을 굳건히 참아내며 위대한 의지로 완벽한 복수를 완성하였다. 다만 죽은 원수의 무덤까지 파헤쳐 산산 조각낸 무서운 집착과 부러질 듯 강직하고 격정적인 성품을 유화시켜 현명하게 오왕 부차를 대하며 처세하였더라면 그리 허무하게 죽는 슬픈 결말은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복수는 짜릿하고도 강렬한 소재이나 실제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수는 무섭고 끔찍하다. 한평생을 복수를 위해 살았던 오자서의 인생은 가련하기 그지 없으나, 결국 끈기와 인내로 바라던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어낸 그 강인한 의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겠다.

[임 나 경 (林 娜 慶)]
소설가, 각본가.

<출간작>
'곡마’, 황금소나무, 2016
'
대동여지도 : 고산자의 꿈’, 황금소나무, 2016
'사임당 신인선 : 내실이 숨긴 이야기’, 황금소나무, 2017
: 숨겨진 진실’, 황금소나무, 2017
'진령군 : 망국의 요화’, 도서출판 밥북, 2017 (24회부산국제영화제 2019아시아필름마켓북투필름 선정작)

<시나리오>
방문객(The Visitor), 2017. 8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초청작
미라클(The Miracle), 20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