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범정부 대책 추진
고령운전자 범정부 대책 추진
  • 임영근 기자
  • 승인 2019.07.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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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게 늘고 있는 고령자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기구가 출범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반적인 정책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가 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고령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일본의 경우도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대책을 주문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발족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고문을 맡고 있는 국회 교통안전포럼은 7월 10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고령자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경찰청과 공동으로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국회 교통안전포럼은 여야 70명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됐고,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고령자 교통사고 감소’를 선정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포럼이 나서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를 지원키로 한 만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이나 제정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장윤숙 사무처장이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국회를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의 고강도 대책이 나올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고령층 대표단체로 대한노인회가 참여하는 비롯해, 의학적 자문을 제공하는 대한의사협회, 교통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교통 관련 전문연구기관 등 21개 기관이 참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정책, 조건부 면허제도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정책으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특정한 조건에서 운전을 금지하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고령운전자가 야간이나 고속도로와 같은 위험한 교통환경에서 운전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된 적이 없다.
정부는 인지기능검사와 야간운전 테스트 등을 거쳐 기준에 미달한 고령자에게 야간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조건부 면허제도 대상을 몇 세부터로 할지, 생계를 위해 택시나 트럭을 모는 경우 어떻게 할지 논의하게 된다.
미국·독일·스위스·네덜란드·호주에서는 인지기능검사와 야간운전테스트 등을 거쳐 일정 기준을 통과한 고령자나 교통약자들에게 운전면허를 준다.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은 고령자
정부가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도입키로 한 이유는 고령자 관련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가 해마다 늘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 사망사고 비율은 22.3%다. 65세 이상 고령자 면허 소지 비율(9.4%)보다 2배 이상 높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은 44.5%, 보행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은 56.5%에 달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이 고령자일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경찰청은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논의 방안과 기관별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인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포함한 고령운전자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숙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위원장은 “고령운전자가 급격하게 늘어 초고령사회에 맞는 종합적인 교통약자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고령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또, “올해 말쯤 논의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허 자진반납 재원도 확대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외에 수시적성검사제도 개선을 비롯해, 운전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재원확보 및 지원방안, 교통안전 시설 보완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수시적성검사제도는 파킨슨병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포함한 신체·정신장애 8가지 유형정보를 지역보건소, 병무청 등 11개 기관에서 판단해 검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는 11개 기관이 판단하는 8개 질환 유형이 한정적이라고 판단해 운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증질환 분류를 더 넓힌다는 방침이다. 
최근 지자체별로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재원확보 방안도 논의된다. 
부산시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5280명이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1387명의 어르신이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올해 5월말에는 전체 반납자가 8000명에 달했다. 이밖에 인천·경기·경북·대전·전남 등도 면허반납 고령운전자에게 지역 화폐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령운전자 이외 제도.환경도 개선해야
범정부 차원의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발족은 크게 환영할 만한 사안이나,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고령운전자 탓으로 몰아가는 정책 방향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사고는 사람과 자동차, 도로환경 3요소가 뒤섞여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큰 위험요소인 사람요인과 더불어 도로환경요인과 차량요인도 모두 고려해 교통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 발족식에 참석한 서울시 교통운영과 강진동 과장은 “사회 시스템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자가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면서,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 운전자·보행자·시민 등 모두를 위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상진 연구위원은 “주치의 제도가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환자가 운전이 힘든 질병을 앓게 될 경우 정밀검사를 통해 운전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경우 운전면허 관리와 의료시스템이 연동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령자 이동권 확보 방안도 중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할 경우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동권’은 어떻게 보장할 지도 과제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권역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택시와 같은 대안이 존재하지만, 농산어촌 지역의 어르신들은 외부와 고립되거나 생활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충청남도가 이달부터 75세 이상 도민을 대상으로 횟수 제한 없이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시대를 대비한 도로설계의 혁신’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 최병호 박사는 “현재의 정책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농촌이나 지방중소도시 등 커뮤니티 활동, 장보기, 의료기관 방문 등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생활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박사는 프랑스나 일본의 교통기본법과 유사하게 고령운전자의 사회경제능력과 교통안전, 이동권을 보장하는 고령운전자 교통권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ARP은퇴자협회도 “고령운전이 위험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은 편견이며 엄연한 연령차별”이라고 반박했다. KARP는 “미국 도로에서 80, 90대 운전은 흔히 보는 경우”라면서, “7000만 미국 베이비부머의 90%가 운전 중이며 영국에서는 85세 이상 운전자가 곧 1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KARP는 7월 16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협회사무실에서 “당신의 이동권을 10만원에 포기 말라”는 주제로, 고령운전자 대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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