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3년째 적자
노인장기요양보험 3년째 적자
  • 이길상
  • 승인 2019.07.19 15: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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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보다 부정수급 문제 해결 시급
노인돌봄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들.
노인돌봄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들.

 

노인장기요양보험 곳간이 3년째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6000억원 넘는 적자를 봤다. 2016년, 2017년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대로 간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받아 쌓는 누적준비금이 불과 3년 뒤인 2022년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험료 인상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들의 부정수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장기요양기관의 3.8%만 현지 조사를 했는데, 적발된 부정수급액이 무려 150억원이나 됐다. 산술적으로 전체 요양기관으로 확대했을 때 부정수급액이 수천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나라가 돌봐드린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취지를 잃지 않고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부정수급 문제부터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 6000억원 적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적자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7월 15일 공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연도별 재정수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입은 6조657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요양급여비 등 지출은 6조6758억원으로 더 많이 늘어나 6101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봤다.
급격한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인구가 늘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치매국가책임제에 이어 지난해엔 경증 치매 노인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돼 지원대상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자 급증, 2016년부터 적자 전환
장기요양보험 등급인정을 받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46만7752명, 2016년 51만9850명, 2017년 58만5850명에 이어 지난해 62만6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5월말 현재, 장기요양보험 등급인정 노인은 70만8000명으로 65세 이상 전체 노인인구(778만명)의 9.1%에 달한다. 등급인정을 받은 노인 중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58만9000명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은 2014년 3040억원, 2015년 909억원의 흑자를 보였지만, 2016년 처음으로 432억원의 적자를 봤고, 2017년에도 3293억원이나 적자를 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배나 늘어난 6101억원의 적자를 봤다. 

국회예산정책처, "2022년 누적준비금 바닥"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당기수지도 문제지만, 누적준비금(적립금)도 비상이다. 
지난해 누적준비금은 1조3698억원, 산술적으로 같은 해 적자 6000억원만 대입하면 고작 2년을 버틸 수 있는 정도다. 적자 폭이 커지면 2년도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2019년 8.51% 기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노인장기요양보험 수입과 지출, 재정수지를 전망한 결과, 누적준비금은 2022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됐다.

장기요양보험료 인상 불가피
장기요양보험 누적준비금을 흑자 상태로 유지, 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보험료 인상이라는 카드밖에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이어서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와 별도로 내는 장기요양보험으로 유지된다. 전체 장기요양보험료 재정 가운데 보험료가 약 70%, 정부지원금 20%, 기타 수입 10%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료를 올리거나 정부지원금을 확대해야 하는데,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임금인상률(3~4%)만큼 인상해 보험료 수입이 증가할 경우 2021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 누적준비금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금인상률만큼 장기요양보험료도 올리자는 얘기다. 
현재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가 결정되면 그 금액에 맞춰 일정 비율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의 8.51%다. 건강보험료가 10만원이면 장기요양보험료는 8510원이 된다.
지금까지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2017년에 6.55%이던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8년 7.38%, 2019년은 8.51%로 올랐다.

장기요양기관 연간 수천억 부정수급 추정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데에는 장기요양기관들의 부정수급이 큰 몫을 차지한다. 장기요양기관들이 제도의 허점을 노려 실제로 서비스한 것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는 불법이 횡횡하고 있지만, 2008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 836곳을 대상으로 최대 3년치 운영결과를 현지조사한 결과, 부당하게 착복한 건보공단 재정은 모두 151억9734만원에 이르렀다. 연간 94억여원에 달한다.
지난해 현지조사를 받은 장기요양기관은 전체 2만2219곳 가운데 3.8%에 불과하다.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할 경우 어림잡아 연간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 이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 나간다는 얘기다.
현지조사는 장기요양기관들이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서비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규정에 맞게 급여를 청구했는지 등을 살피는 행정조사다. 지자체가 주무를 맡고 건보공단이 지원한다.
하지만, 현지조사에도 한계가 있다. 장기요양기관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기관 관계자들끼리 서로 입을 맞추면 부정사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현지조사 담당자들은 실제 부당청구 금액이 적발 금액보다 2~3배 정도 많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靑,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요 과제 상정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분명 선진적인 노인복지제도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면서 적폐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는 △호화생활자 신종변칙탈세 근절 방안 △학교회계부정 근절 방안과 함께 △노인장기요양기관 비리 근절 방안이 핵심 과제로 논의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일부 요양원이 기준 이하의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을 속여 부정수급을 하고, 보조금을 착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으로 어르신 2.5명을 담당해야 하는 요양보호사가 9명을 담당하는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돌봄의 질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환경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어르신들의 인권도 훼손된다”며 “요양기관의 회계와 감독,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과감하게 개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력한 요양기관 회계 감독, 처벌 필요
건강한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재정이 최우선인 만큼, 보험료 인상 논의 이전에 장기요양기관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크게 세 종류로 나눠 처벌한다. 가장 약한 단계는 부당이득금 환수, 두 번째는 민사소송을 걸어 부당이득의 3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물린다. 마지막 단계는 환수와 더불어 형사소송으로 징역형을 살게 한다. 우리나라는 수억원을 횡령해도 대부분 사기죄로 집행유예를 받는 것에 그친다.
미국은 현지실사를 거부할 경우 폐업할 수도 있다. 관리기관의 관리업무에 협조하는 것이 장기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의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돌봄서비스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맡겨 대형 프랜차이즈 형태의 장기요양기관들이 주를 이룬다. 영국은 돌봄서비스 업체를 감독하는 시큐시(CQC·Care Quality Commission)란 기관이 2년에 한번 요양원 등을 정기적으로 지도감독하고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불시에 조사한다. 2일 이상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바로 감사한다. 요양원 거주자나 가족도 시큐시에 장기요양기관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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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복 2019-10-19 21:44:51
기사 잘 보았습니다.
현시대 우리들 (나이듬의 )이
모두가 꼭 알아야 할 기사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