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 이대로 좋은가?
노인요양병원, 이대로 좋은가?
  • 천서영 기자
  • 승인 2019.05.0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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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들어선 요즘, 요양병원이 새로운 적폐로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요양병원은 중증질환 수술 후 요양이나 만성질환자, 노인성질환자를 입원치료할 목적으로 25년 전 새롭게 도입한 의료시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무분별하게 환자를 유치하고 진료비를 부풀리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의료환경 전반을 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 측은 요양병원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간병비 탓이니 간병비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환자가 공동간병인을 고용하는 형태로 돌봄이 이뤄지고 있어 충분하고 적절한 돌봄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주장과 요구에 대해 간병비 급여화 방안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이 혼재돼있고, 사회적 입원과 같은 문제가 만연한 만큼 이 같은 문제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노인요양병원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몰리면서 새로운 '적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rawpixel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노인요양병원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몰리면서 새로운 '적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rawpixel

 

우후죽순 난립한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30명 이상의 수용시설을 갖추고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수술한 직후 요양이 필요한 환자나 만성질환자, 노인성 질환자가 입원해 치료하는 의료시설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요양병원 설립에 대한 세부기준이 마련돼 설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요양병원이 많지 않아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시 정부는 노인장기요양제도 도입을 검토하던 때였고,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요양병원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요양병원 신설을 지원하고, 각종 정책적 지원을 추진했다. 지원이 확대되자 2006361곳에 그치던 요양병원은 10년 뒤인 20161428개로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병원은 1375개에서 1514개로 1.1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치상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이 비슷한 수준이 돼 버렸다.

 

낮은 규제, 술술 새는 건강보험 재정

요양병원은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본인부담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환자가 1년에 며칠을 입원하든 소득에 따라 연간 최소 80만원(저소득 1분위)에서 최대 523만원(고소득 10분위)만 병원비를 내면 나머지는 모두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이렇다 보니 오갈 곳 없는 사람이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나 사기성 입원도 늘어 건강보험 재정 줄줄 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시설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환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3~5등급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 가벼운 질환에도 요양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환자들이 요양병원으로 몰린다.

일상생활이 가능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는 201443439명에서 2016년에는 58505명으로 34.6%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요양병원 신체기능저하군에 대한 진료비는 총 3491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6.4%에 이른다.

 

건강보험 재정지원에 계속 증가

문제의 핵심은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대비 요양병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주요 환자인 노령인구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많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00명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는 33.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7.6 가량 많다.

요양병원 공급과잉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지원정책을 대부분 중단했지만 아직까지 요양병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우선, 일반병원에 비해 설립 기준이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고 요양시설보다 환자들이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1, 입원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을 둬야 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80명까지 의사 2, 입원환자 6명당 간호사 1명만 두면 된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 기준에 제한이 없다보니 이를 악용한 장기입원이 만연해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입원환자의 3명 중 1(35.6%)6개월 이상 입원하고, 환자 5명 중 1(18%) 꼴로 1년 내내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기입원이다.

 

돈벌이로 전락한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의사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만드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온상으로도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12월까지 적발해 부당이득 환수를 결정한 사무장병원은 1273곳이다. 사무장병원 적발 비율에서 요양병원이 8.5%로 가장 많았다. 전체 요양병원이 10곳 중 1곳이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된다는 것. 병원(2.2%), 의원(1.0%)에서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만큼 의료서비스 질이 낮고 과잉진료 가능성도 높다. 사무장병원은 높은 진료비, 주사제 사용 비율, 장기 입원일수 등 의료과잉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약 5.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의원의 연평균 입원급여 비용은 1003000원으로 일반 의원(901000)보다 많았고 입원일수도 15.6일로 일반 의원보다 1.8배 길었다.

건강보험을 부당하게 타내는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부정하게 수령한 금액이 2017년 기준 8000억원에 육박한다. 입원이나 치료 횟수를 부풀려 진료비와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 많았다.

 

한국 노인에게 통과의례된 요양병원

허술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은 한국 노인들이 노년기에 거쳐 가는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진입장벽이 낮은 요양병원에 머물렀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다시 종합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노인인구를 전기(65~74), 중기(75~84), 후기(85세 이후)로 구분해 의료이용행태 변화(2002~2015)를 진단한 결과, 중기 고령자는 전기 고령자에 비해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수가 12.4배나 늘었고, 내원일수도 12.1배 증가했다.

80대 중반을 넘어서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이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입원은 21.8, 외래는 17.8배 늘어났다. 후기 고령노인은 종합병원급 이용과 함께 요양병원 입원환자도 10.5배 늘었지만, 인구수 증가율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한국노인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70대 후반~80대 초반 노인병원에 들어갔다가, 80대 중반 이후 다시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생을 마감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노인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

 

간병비가 문제라는 요양병원

몇 해 전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에서 나타났듯 요양병원에서는 수많은 고령환자가 침대에 결박당하거나 수면제를 주사 받아 강제로 잠을 자게 되는 처치가 흔히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에 정상적인 병원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한다. 지금의 일당정액수가로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유지할 수 없고, 지금의 부족한 서비스만을 제공하는데도 벅차다는 주장이다. 그마저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요양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요양병원 측은 요양병원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제시한다. 최근 대한요양병원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협회 측은 간병비를 건강보험이든 장기요양보험이든 정부가 일정부분 책임을 진다면 환자보호자의 부담도 줄고 요양병원의 해묵은 문제들도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해법처럼 제시했다.

요양병원협회 한 간부(기획위원장)“30년 전 일본과 지금의 우리가 다르지 않다면서, “일본은 간병의 제도화와 넉넉한 보험수가가 간병사 1인당 2명의 환자를 보는 노인들의 천국을 만들었다. 더 이상 120의 싸게 받는 박리다매 구조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측 주장과 요구에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답했다. 간병비 급여화 방안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이 혼재돼 있고, 사회적 입원과 같은 문제가 만연한 만큼 이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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