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과 바람
연잎과 바람
  • 안기영 시니어기자
  • 승인 2019.04.27 2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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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2019 서울SCAF 초대전, 4월25일~4월28일, 갤러리 미쉘/후원 한국미술협회

한 때 '나가수'라는 TV경연 음악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쳤었다. 당대 자타가 인정하는 1류 가수들이 장르불문, 경력불문으로 맞대결을 벌이는 기회는 신선했고 결과는 때로 충격의 반전 이기 까지 했다. 그 이후 봇물터지듯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가 방송가를 휩쓸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복면가왕, 팬톰싱어, 너목보, 미스 트로트...

서울 SCAF가 있어 미술애호가나 미술관객은 호사를 누린다. 평생을 작품창작에 바친 원로 작가나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100여명 참가 작가들이 창작열의를 불태운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이런 호강이 없다. 

연꽃, 진성스님

색의 향연장-미술전에서 단지 두 색으로만 승부를 건 수묵화가 진성스님은 특이하다. 승려이자 시인이며 화가인 그는 6천여편의 시와 작품만도 10만점 이상이다. 투박한 선을 따라 가다보면 잎이 보이고, 절제된 굵은 한 획 줄기는 많은 이야기를 줄인 시 구절에 다름아니다. 꽃 한 봉오리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낭만적인 상상에 젖게도 하고. 

연잎1, 진성스님

그림은 선이다. 팽팽한 선을 연결하면 잎이 되고 칼날 같은 줄기가 되지만 그 줄기위에 앉은 아기중이 긴장된 분위기를 살며시 누그려 뜨린다.  

연잎2, 진성스님
연잎 셋, 진성스님

그의 그림에는 바람이 있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 연잎이 살랑거린다. 사바세상의 모든 중생들에게도 연잎에도 바람이 인다.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다 바람이야" 중에서)

두 아이, 진성스님

그리는 오브제의 반을 차지하는 '아이'. 고운 두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질문했다.

내년에 무엇을 하실겁니까?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요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시고 있을까요? 없겠지요....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진성스님 시 "다 바람이야" 중에서)

한 손에 붓을 들고 다른 손에는 화선지를 들고 그 위에 동그란 아이얼굴을 망설임도 없이 동요도 없이 그리는 그의 손 동선에 조금의 망설임도 동요도 없다. 한결같은 그의 기운에서 10년 뒤에도 한 때의 바람이 아닌 맑은 바람이 일기를 바란다.

아이들, 진성스님
아이들, 진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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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 2019-04-29 10:16:14
진성스님이 누구신가 했는데
다 바람같은 거야...를 쓰신 묵연스님 이시로군요^^
한필 한필 붓끝으로 표현된 연꽃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맑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은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사랑스럽네요
안 기자님 덕분에
눈 호강 하고 갑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