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관(長官) 임기시작에 앞서
[칼럼] 장관(長官) 임기시작에 앞서
  • 이주식 시니어기자
  • 승인 2019.04.1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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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각하(照顧脚下)

간밤에 봄꽃을 시샘하는 하얀 눈이 진달래꽃을 덮어 버렸다. 아직 소백산 마루에는 잔설(殘雪)이 소복 쌓여 있지만 자락길에서 시작한 진달래꽃이 능선 따라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고 있는 발길을 주춤케 한다.

간밤에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눈꽃 잔치가 오늘 오전까지 이어졌다.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감행한 대통령도 임명장을 받은 박영선 장관도 김연철 장관도 TV를 시청하고 있는 모든 국민들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로써 이번 정부 들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이뤄진 각료 임명이 10명으로 기록한 가운데 전임 정부와 비교로서 자위(自慰)을 하면서 명분을 얻고자 하는 것 같다.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행정능력과 정책능력을 보여 줄 것을 당부한다는 말로서 어떤 비판과 공세에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 이 후보자 임명은 야당의 반대와 국민여론을 무시해도 된다는 독선과 오만의 극치이며 불통 정권임을 자인(自認)하는 꼴이라면서 강한 분통을 터트렸다.

스스로 정의로워야 정의를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때 떳떳해야 정의를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번 임명장을 받는 자신이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한 의혹이 해명되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몸가짐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장관 업무수행에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이다. 참으로 유감인 것은 미흡했다는 느낌이다.

이번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손뼉 쳐주고 동의를 표했는가 한 번쯤 자신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 걸었던 7대 원칙 또는 5대 원칙이 지금껏 유효한 것인가 아니면 거두어들인 것인가 자문(自問)도 해 봐야 한다. 그것은 전임 정부와 비교하려고 내건 것이 아니라면 이제 전임 정부보다 나아져야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의 눈높이를 낮춰 줄 것을 요구하여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은 요구가 아니고 정부출범 시 자발적이고 자유롭게한 약속이었다. 만약 거두어 드리고자 한다면 형식과 동의절차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청문회법 입법 취지는 무엇인가. 권력의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에 있다. 또한 능력과 도덕성의 검증(檢證)이라는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솔(眞率)하게 보여줌으로 정부각료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냥 거쳐 가는 요식행위라면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번 청문회 과정은 정말 실망스럽고 국민들 울분만 터트린 게 분명하다. 나열된 의혹이 절반만이라 해도 수용(受容)이 어려울 것이다. ()이전에 도덕성에 흠결(欠缺)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에서 의혹 제기에 근거가 미흡한 점도 보였다. 그렇다 해도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링 위의 선수의 태도는 성실함과 겸손함이 우선 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마치 공격력을 과시하려는 듯 도전적(挑戰的)이고 안하무인(眼下 無人) 격한 태도는 정말 볼썽사나웠다. 곤경(困境)에 처했을 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대처법은 "자신을 위한 정상적인 해명이나 변호가 아닌 상대방을(자신보다 지위가 우월한) 모함하고 무식하게 공격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이다"라는 글이 생각난다. "그 모함은 터무니없거나 자극적일수록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학습한 것이고 살아남는 길이라고 여기는가 보다. 임명권자만 잘 보아준다면 교만이고 위선이 임명에 장애는 아니라고 믿는가 보다. 지금까지 임명 과정이 그 범주 안에 있었으니까. 이제 임명절차는 끝났다. 대통령이 당부한 행정능력과 정책능력을 보여 줌으로써 국민들의 기대에 다소나마 부응하는 길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제 임기 시작에 앞서 조고 각하 (照顧 脚下)’란 글귀를 임기 시작 전 선물로 권해 보고자 한다. 깊이 음미(吟味)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깨끗이 정리하고 임기를 시작한다면 성공적인 장관으로 기억되리라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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