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65세 까지 일해야 한다", 65세 정년시대 오나
대법 "65세 까지 일해야 한다", 65세 정년시대 오나
  • 천서영 기자
  • 승인 2019.02.26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가동연한 65세 확정 판결…의미와 전망
대법원이 2월 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만60세에서 만65세로 상향조정했다. 사진=시니어신문 자료
대법원이 2월 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만60세에서 만65세로 상향조정했다. 사진=시니어신문 자료

육체노동 정년연령이 198912, 55세에서 60세로 오른 지 30년 만에 만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됐다. 대법원이 지난해 1129일 육체노동자의 정년, 이른바 가동연한을 몇 세로 보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고, 221일 기존 60세가 아닌 65세라고 판결했다.

가동연한이란 한 사람이 특별한 사고가 없을 경우 몇 살까지 일을 지속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개념이다회사원처럼 정년연령이 정해진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법이 규정한 정년을 따른다. 지난해부터 국내 모든 사업장의 정년연령은 60세다.

하지만, 정년이 없는 직업도 많다. 육체노동자나 자영업자가 대표적이다. 정년이 없는 직업의 경우 대법원 판례로 정년연령 기준을 둔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55세로 보다가 198912, 전원합의체 판결로 60세로 올렸고, 최근까지 적용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인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논의와 맞물려 공무원이나 교원, 민간기업의 정년연장 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경험칙상 만65세까지도 육체노동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1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20158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아이를 잃은 박모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을 가동연한 만60세 기준으로 계산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기존의 60세 가동연한판례에 따라 아이가 만 60세가 될 때까지 일한다는 가정 아래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만60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는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60세를 넘어 만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게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가동연한을 기존보다 올려야 한다는 데 전원합의체 12명 전원이 동의했고, 그 가운데 9명이 만65세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날 전원합의체에서는 가동연한을 만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일률적으로 만65세 등 특정 연령으로 단정해 선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별개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별개 의견 역시 경험적 사실의 변화로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했다.

 

가동연한, 직종 초월 매우 중요한 기준

가동연한이란 일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나이가 들어 더는 일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시점이다. 쉽게 말하면,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인정되는 최종연령을 뜻한다. 현재 만60세로 정하고 있는 공무원이나 민간기업의 법정 정년연령과는 다른 개념이다.

모든 직군의 가동연한이 같지는 않다. 직장인의 경우 해당 기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따져왔다. 또한, 중소기업 대표나 소설가, 의사, 한의사의 가동연한은 65세로 인정하고 있다. 법무사, 변호사, 목사와 같은 특정 직군의 가동연한은 70세로 보고 있다.

이번에 65세로 판결이 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토목, 건축과 같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직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정년이 명확하지 않은 직종에서는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한다.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소송처럼 사고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 어떤 직종에 종사할지 추정할 수 없을 때 적용되기도 한다.

특히, 가동연한이 상향되면 보험, 연금, 손해배상액, 정년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 영향 불가피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슈가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교롭게도 노인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조정하자는 논의와 맞물려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가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난다면, 노인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금까지 60세 정년에 맞춰 설계한 은퇴 이후 복지시스템이 5년씩 늘어나는 셈이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린 근거는 노인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해야 이유와 대부분 일치한다. 대법원은 평균수명 연장을 가장 큰 근거로 제시했다. 1989년 당시 남성 67, 여성 75.3세였던 평균수명이 2017년 남성 79.7, 여성 85.7세로, 평균 12년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정년제 운영 사업체의 평균 정년연령이 60.4세인 점, 2011~2016년 평균 실질은퇴연령이 남성 72·여성72.2세였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노인기준연령 상향 조정을 주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명확한 법적 근거를 새롭게 확보했기 때문에 노인기준연령 상향 조정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정년 60세서 더 늘어날 가능성 희박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기 때문에 근로자의 정년연령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근로자 정년연령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정년연령을 못 박은 때가 2013년이었다. 1991년에 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할 때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법이 2013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류로 확대되면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뀌었다. 권고 조항이 의무 조항으로 바뀌는 데만 22년이 걸렸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았다.

정년 60세 의무조항은 2017년부터 시행됐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지 2년 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정년연령을 다시 65세로 올리는 법 개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풍선효과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지급시기에도 영향

가동연한 연장으로 국민연금도 영향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정년이 연장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정년이 연장되면 국민연금 지급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가동연한 연장으로 정년이 연장되면 근로자들의 은퇴 후 소득공백 기간이 줄어들고, 고갈돼 가는 국민연금에 숨통을 트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 현재 60세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1953년생 이후로 61세부터 65세까지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늦춰져 소득공백이 생긴다.

예를 들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2033년 이후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60세 정년 체계에서는 월급도 국민연금도 없이 5년을 살아야 한다. 만약, 정년이 늘어나 65세까지 일한다면, 공백이 없어진다.

반면, 정년이 연장되면 각종 연금 지급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 조기 고갈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정년이 연장돼 돈 버는 기간도 늘었으니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제도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연금 지급 연령을 장기적으로 67세까지 늦추는 방안이 거론됐었다.

특히,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과 맞물릴 경우 기초연금 수급 시기,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 혜택 연령도 현행 만65세에서 더 늦추자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다.

 

보험업계, "보험료 인상 불가피"

가동연한 인상으로 가장 민감한 분야가 바로 보험업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동연한이 상향되면서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되는 취업가능 연한, 즉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되는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추가 지급할 보험금액이 1250억원으로, 보험료로 환산하면 최소 1.2%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보험료는 위험분산이란 보험의 특성이나 보험사고, 보험금 지급원칙과 같이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가동연한이 직접 인상요인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