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
[특별 인터뷰]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
  • 천서영 기자
  • 승인 2019.02.05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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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기 총재(사진-강성희 시니어기자)
허만기 총재(사진-강성희 시니어기자)

“효는 인간의 최고선이며, 도덕성의 척도이지요”

다들 시간이 갈수록 삶이 팍팍해진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우리가 보고 듣는, 그리고 직접 경험하는 삶은 고단하고 위태롭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내일을 불안케 한다. 자식이 부모를 가해하고, 부모는 자식을 학대한다. 딱히 이유도 없는 살벌한 사건이 대낮 도심에서 자행되니 이웃이란 개념조차 상실되는 세상이다. 종교인조차 그의 신도를 능욕하는 세상이니 철학, 아니 개념 상실의 시대다.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쥐어틀고, 정치는 백성의 고충을 철저히 외면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유학자인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실함과 정직함을 강하게 주문하다. 이것이 유교의 생명이고 시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구순의 고령에도 원로 유림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허만기 총재. 그로부터 유교와 정치에 대한 단상을 들어본다.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는 192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2대 경남도의회 의원, 13대 국회의원(1988~1992년)을 지냈고 국회 5공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06년에는 성균관유도회 총재를 맡았다. 2007년, 지인들과 노인권익신장을 위한 도덕성회복국민연합을 조직했고, 2009년 대한민국 헌정회 원로위원으로 선임됐다. 올해부터는 인터넷 「시니어신문」과 월간 「시니어시대」의 명예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은상 선생과 함께
이은상 선생과 함께

Q. 구순의 고령에도 전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원로위원으로서, 여러 단체의 대표로서, 특히 인터넷 「시니어신문」과 월간 「시니어시대」의 명예회장을 새롭게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A.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고목에도 잎이 열리고 꽃이 피는 법입니다. 고령화 시대일수록 노인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목숨을 다하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지요.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 헌정사의 산증인이십니다. 지금도 현역 국회의원 후배들과 친밀하게 지내시고 있고요. 정치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A. 국회 5공 비리 조사 특별위원으로 전두환 정권의 거대한 부정과 비리를 파헤친 게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사람이 큰 충격을 받았지요. 그 외에도 DJ와 YS 두 전직 대통령과 박태준 전 국무총리, 정주영 회장 등과 국내외 여러 석학을 초청해 67회에 걸친 강연회와 세미나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는 나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매회 200~300명에 달하는 청중이 세미나장을 가득 메웠지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가 주최한 강연회와 세미나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숙과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윤보선 대통령과 함께
윤보선 대통령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Q. 요즘 정치권을 보고 있자면, 붕당정치의 혼란 속에 임진왜란을 겪고도 끊임없이 당쟁을 거듭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던 조선시대의 역사가 떠오릅니다. 대체, 정치란 무엇입니까.

A. 내가 생각하는 정치란 끊임없는 권선징악으로 비인간화와 싸우는 것입니다. 막힌 곳을 뚫어 소통하는 것이며 가슴속에 맺힌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 진실을 대변해 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최대의 명제는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통한 사회적 평화, 그리고 안정이라고 믿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성의 상실, 인도주의의 타락, 도덕성의 상실은 사람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타락과 패륜, 부정과 비리에 빠지게 합니다.

유교는 지금 말로 정치학이나 다름없습니다. 수기안인(修己安人)의 유교 이념에서 ‘안인’이란 게 뭡니까. 다른 사람을 편안케 해주는 것 그것이 정치입니다. 그 영역은 내 가정에서부터 지역공동체, 사회, 국가 등으로 구분이 되지만 근본은 하나입니다.

인의(仁義), 정의와 도덕이야말로 인간 행동의 기본이며, 이것이 무너지면 인간도 몰락하고 나라도 망하는 것입니다. 정의의 구현과 도덕성 회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義)는 사람의 길입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는 과거 정부 여당의 패권주의와 기득권의 횡포로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며 분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은 자당자파(自黨自派)의 이익과 주장만 내세워 남을 부정하고 반대합니다.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는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파괴적 충돌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나만의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나머지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이는 스스로 무한히 넓은 세계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넓은 세상을 버리고 어찌 천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며, 민족의 생존과 국가의 안위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도덕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제임스 토빈 박사와 함께
제임스 토빈 박사와 함께

Q. 이른바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폭풍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반감이 뒤섞이면서 정치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 시국 전반에 대해 어떻게 논평하시겠습니까.

A. 최근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주한 미국 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최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영혼과 육체를 지배했다’ 운운했지요. 이 보도를 보고 한없는 수치심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러려고 겨우 이런 허망하고 미숙한 대통령을 뽑았는가, 참으로 크나큰 실책을 범했다 한탄하고 후회했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드러난 촛불민심은 이 시대의 횃불이고 광명입니다. 촛불은 온 국민의 잠자는 정신과 영혼을 일깨우고 활성화했습니다. 촛불은 전란과 침략을 극복하고 소생과 부활을 이어온 우리 조상들의 불멸의 생명력을 재현했습니다. 촛불은 우리 국민의 뜨거운 심장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용솟음친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는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곧 불어닥칠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미 태풍 권역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제구포신(除舊布新)하고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자세로 가슴을 열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대처해야 합니다.

정치란 국민과 역사 앞에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으니, 보다 못한 수백만의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습니다. 그런 마당에 당시 정부와 여당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이는 세상의 상식과 도리를 역행하는 것이며, 선과 악, 정(正)과 사(邪), 시(是)와 비(非)를 구별하지 못하는 우매함의 극치입니다.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고 생각합니다.

썩은 나무는 기둥조차 서까래로 쓸 수 없고, 조각도 할 수 없습니다. 영혼을 잃어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었으며, 당시 정부와 여당은 썩은 나무를 바로 세우거나 갈아치우기는커녕 썩은 나무를 안고 쓰러졌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의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는데, 과연 그들이 바르니 옳으니 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영국의 보수당은 수상과 당수를 지낸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이후 130년간 당명을 한 번도 바꾼 일이 없으며 변함없는 보수로 일관했습니다. 그들은 진보적 보수니 보수적 진보니 하는 꼼수도 부리지 않았고, 병역기피도 부동산 투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Q. ‘국정 농단’ 사건 중에서도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하려 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가며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블랙리스트는 헌법 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향유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는 것으로 정말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과거 수십 년 전 야만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재현됐다는 점에서 정말 커다란 충격을 줬지요. 역사를 거스르는 이 같은 책동은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합니다.

블랙리스트는 망국적인 이분법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민족 분열을 책동해 편을 갈라 내부적 대립과 갈등을 일으켜 자멸하기를 바라는 불순한 책동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반민주, 반인간의 극치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는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하고 원천적으로 동일하다는 이상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연암 박지원이 중국으로 가던 중 만주의 광활한 평야에 이르러 산해관, 마천루와 같은 거대한 건물을 보자 갑자기 울분과 감탄이 넘쳐 울었다고 합니다. 좁은 나라에서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 끼여 눈치를 살피고 아웅다웅 헐뜯고 싸우고 살아가야 하는 약소국의 고통과 비애의 감정이 끓어올라 눈물을 쏟았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그의 견문록 「열하일기」를 문체반정이다, 사상이 불온하다 하여 백 년간 출판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백 년 뒤에 그의 손자 박규수가 영의정이 되자 겨우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지요.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다시 벌어진 것입니다.

다케시타 노보루 수상과 함께
다케시타 노보루 수상과 함께

Q. 우리 민족과 역사를 지탱한 철학과 사상의 부활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 시대 유교 이념의 의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공자가 천명(天命)을 운위(云謂) 하면서 그토록 제창한 인의(仁義)라는 두 글자는 도덕성의 대표이고, 그 속에는 인류의 소망과 꿈이 깃들어 있습니다. 세계의 평화와 대의, 정론(正論)이 그 속에 있는 것입니다.

도덕은 모든 분야에서 무한한 효용성이 발휘되는데, 공자의 교본 논어에서는 인(仁)을 만행(萬行)의 근본이라고 수미일관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근본은 인의를 깨우치고 터득하는 인간 교육에 있고, 정치의 기본 또한 인의를 바탕으로 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실로 인의 두 글자야말로 어떤 제약이나 속박도 초월하는 위대성과 유구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공자는 노자와 같은 현묘한 우주론이나 불교와 같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생(三生)의 문제를 도외시했다고 하나, 공자는 심오한 우주론과 인간 심성론,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영원한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주체성을 환기하고 나아가 범 인류적인 공동선(共同善)을 구현코자 했습니다. 그 이상은 삼생의 문제나 노자의 우주론의 가치보다 더 의미가 큽니다.

효는 인간의 최고선입니다. 그리고 도덕성의 척도이며, 경로효친은 인간 사회의 최고의 질서이고 도덕성의 원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가지에 매달린 한 개의 모과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공동체, 사회의 일원, 구성원입니다. 우리 민족이 누천년에 걸쳐 지켜온 규범이 있는데, 그 첫째가 효이고 경로효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이고 문화이고 역사입니다. 오늘날 불효와 패륜이 만연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부모와 조상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자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유명한 기자가 석학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에게 “선생께서는 만일 다른 별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지구에서 뭘 갖고 가고 싶냐”라고 물었더니 “코리아의 효(孝)사상, 경로효친(敬老孝親)과 가족제도를 가져가고 싶다”라고 답했다는 것 아닙니까. 효와 경로효친은 동서고금을 넘어 인간성과 인격의 원천이고 인간세계 불변의 진리입니다.

아놀드 토인비는 앞으로 21세기 문명의 방향이 산업화를 일으킨 서구주의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의 정신문명권으로 회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상적 측면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문화가 새롭게 부상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이끌고 계신 단체명도 ‘도덕성회복국민연합’이고, 말씀 중에도 ‘도덕성’을 매우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도덕성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율곡 선생은 혹심한 당쟁과 사화를 배격하고 남왜북호(南倭北胡)의 내우외환으로 방국이 쓰러지게 되었다고 한탄하며 국정 개혁과 도덕성 회복, 인도주의를 제창했습니다. 16세기 국난의 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덕성이란 나라를 바로잡는 정신의 원천이자 삶의 도리입니다. 도덕은 유현(幽顯) 한 구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와 더불어 새벽의 여명 속에, 밤의 정기 속에 비장돼 있습니다. 이것을 가슴에 집어넣으면 됩니다.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가져도 말리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으니 이것은 조물주가 무진장하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이란 인간의 행복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다음과 같은 행동 강령이고 실천철학입니다.

· 도덕성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활성화합니다.
· 도덕성은 인간에게 영지(英知)와 영감(靈感)을 줍니다.
· 도덕성은 모든 영역에 걸쳐 도리와 원칙,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 도덕성은 가슴속에 정심(正心) 정기(正氣)를 품게 합니다.
· 도덕성은 예의와 염치를 실천하고 알게 합니다.
· 도덕성은 가슴에 행복과 광명을 안겨줍니다.
· 도덕성은 인간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합니다.

[허만기 총재 프로필]
-성균관유도회 3대총재 역임
-대한민국 헌정회원로위원
-전 국회의원
-시니어시대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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